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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 명사 뒤에 접미사로 붙었을 때, 예를 들면 이 책의 제목『소리꾼』처럼 쓰였을 때는 ‘장인’에 ‘달인’을 합친 단어로 인식된다. 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경외감이 든다. 우리 소리가 좋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국민이자 아주 가끔 TV에서 판소리를 만나도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이다. 저자는 말한다. 판소리를 지키는 일은 판소리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고.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를 수집하고 있고 읽어가고 있다.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노력의 일환이다. 이 책을 통해 판소리를 이해해 보고 싶었다.
소리꾼은 한자말로 창자唱者, 소리(노래)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예전에는 광대라는 말이 널리 쓰였다고 한다. 사실 광대는 소리꾼을 포함해 전문적으로 민속예능을 담당하는 이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었다. 신재효는 판소리 창자인 광대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인물치레, 사설치레, 득음, 너름새라고 했다. 잘 생긴 얼굴에 잘 짜인 가사를 묘사하는 능력, 정확한 음정으로 소리를 자유자재 구사하는 능력이 있어야 했고 육체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했다. 외모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가지는 후천적 노력이 필요한 일들이었다. 지금은 외모도 그러하지만.
판소리에 대해 유일하게 아는 게 있다면 창과 아니리의 교체반복이라는 판소리의 형식이다. 판소리 사설을 보면 인유引喩, 고사와 한시가 수없이 인용되는데 이것은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경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판소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이 녹아있는 예술이었던 것이다.
명창이 되려면 득음得音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소리를 얻는 과정의 험난함에 대해 익히 들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꽃이 피기 위해선 고통의 순간을 감내해야 함을 다시금 생각했다. 판소리는 대부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구슬프거나 골계미가 느껴지거나. 음역대가 높다고 하여 다 좋은 노래로 들리지 않고 가창력이 좋다고 해서 그 노래가 마음을 울리는 것은 아니다. 음역이 좁고 고음을 내지 못하는 명창도 있었다고 한다.
성음, 음질을 말하는데 판소리의 성음은 ‘곰삭은 소리’, ‘충분히 삭힌 소리’여야 한다고 한다. 판소리에서 슬픔이 벤 소리를 ‘애원성’이라고 하는데 이 소리는 ‘분노와 증오가 다 가신, 그래서 그러한 상대마저도 이제는 용서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껴안을 수 있는 너그러움이 깃든 슬픔(53쪽)’이다. 눈물을 흘리지만 눈물의 대부분은 남을 위한 눈물보단 나를 위한 눈물이다. 판소리는 어머니처럼 모든 것을 감싸는 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판소리가 듣고 싶은 날이다. 내 마음이 정화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어리석은 나는 너그러움을 배우려하지 않고 또 다시 나를 생각한다.
소리꾼들은 스승에게 어느 정도 배우고 나면 혼자 집중하는 시간, 독공獨功의 시간을 갖는다. 독공은 혼자서 외로움 또는 자괴감과 싸워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만의 소리, 바디를 만들어야 한다. 독공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 어디 소리꾼뿐일까. 박동진은 자기 동네 앞산에 움막을 짓고 백일공부에 돌입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명창들이 같은 시간을 견뎠다.
모든 일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들을 견뎌낸 소리이기에 듣지 않아도 감탄이 드는데 소리를 듣고 나면 어떨까. 그 소리가 계속 전승되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학교 교육을 통해 소리꾼까지는 아니더라도 판소리의 한 대목정도는, 우리 악기 하나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득음이란 ‘소리를 얻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소리꾼이 되기 위해서는 본래 소리꾼이 가지지 못한 ‘소리’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리꾼은 오랜 시간 동안 늘 소리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아예 오랜 시간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괜찮도록 성대를 단련해야 한다. 이때 소리꾼이 하는 훈련이 바로 성대를 단련해서 항상 목이 쉰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일이다. 이 책은 소리꾼의 일생을 통해 판소리의 정수를 보여주고, 판소리학회장을 역임한 저자는 ‘소리꾼’을 키워드로 전승예술로서의 판소리가 지닌 특징을 보여준다.
머리말
1 소리꾼과 광대
누가 광대인가|광대의 자격
2 사설, 다양성의 아름다움
3 득음, 소리를 얻는 세 가지 비밀
목을 흉터투성이로 만들다|음의 높이, 청|소리의 맛, 성음
4 독공, 소리근의 전지훈련
소리를 위해 피를 토하다|독공의 장소|득음의 순간
5 춤 같고 연기 같은 발림과 너름새
발림과 너름새|연기와 너름새
6 좋은 목 나쁜 목, 판소리의 역설
이화중선: 구름에 달이 더 있듯 연하고 고운 목소리|김소희: 하늘이 준 목
임방울: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소리|정정렬: 떡목으로 판을 막다
김연수: 이면을 그린 소리|판소리의 역설
7 명창 이야기
인물 잘났던 장재백|근대 문물이 만들어낸 명창, 임방울
마지막 대가 박동진|최초의 여자 소리꾼 진채선|서슬의 소리꾼 박초월
맺음말
부록_ 우리 명창 사전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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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day
- Yesterday
- LG 트윈스 때문에 산다
- 영문법 판타지 소설책 3 문장의 형식
- 내 친구는 슈퍼스타
- Stuart Little 60th Anniversary Edition (Full Color)
- 다산의 재발견
- 통세계사 1
- 가문비나무의 노래 (리커버 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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